동네 카페인 '망명정부'에서 하고 있는 '얼굴'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5살짜리 아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얼굴 그림들이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그린 것이었는데, 나이도 이름도 적혀 있지는 않았다.



설명집에 있던, 그림에 대한 설명은 이랬다.



"나는 그리기가 싫어요. 그래서 선생님 말 안 들을려고 자주 눈으로 기싸움을 해요. 꼭 선생님은 이기고 싶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너무 무섭게 생기셨어요. 꼭 선생님을 이기고 말 거에요."

선생님이 얼마나 싫었던지, 자기와 선생님의 눈싸움 모습을 그린거다. 
노려보는 자신과, 눈을 피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무수한 시선의 화살표들이라니.



그리고 아마 "눈싸움 어떻게 해?보여줘 봐" 라는, 사진 찍는 사람의 요구에 응한 듯한 날카로운 눈빛도 일품이었다. 

사실 

이 그림과 이 아이에게 더 관심이 갔던 것은 내가 어렸을 때도 저렇게 눈싸움을 하곤 했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거나 어른들에게 혼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하도 눈을 심하게 치켜떠서 저 사진 속 아이처럼 흰자만 보일 정도였다.

그 때는 정말 눈에서 기같은 거라도 뻗어 나가고 어떤 힘이 전달될 거라고 믿었다. 

나의 의지는, 나의 마음은, "지고 싶지 않아, 나는 옳아, 이 상황은 바뀌어야 해" 라는 생각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절실하다고 믿었다.

이 세상에서 눈에 힘만 주고 노려보는 것으로 힘든 일이 다 해결될 수 있다면, 아마 나는 이미 지구를 정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 그림을 그린 아이가 그 뒤를 잇겠지)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서

나는 지구 정복에는 아직 실패한 채 멍한 눈으로 앉아 이런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정복을 하긴 할 테지만, 눈싸움만으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조금은 어른이 된 탓이겠지.

이 아이도, 가능하다면 눈빛만으로 지구를 정복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자라서 (눈빛 말고 다른 힘으로) 세상을 당당히 이겨 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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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너럴닥터에서 전시했던 배성호 작가님과 함께, 류대희 작가님의 작고 귀여운 사진전인 "B급 사진전"이 오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B 컷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만의 잔잔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벽에 조용히 걸렸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 보러 오세요:)


by 김제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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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닥 트랙백 0 : 댓글 0




















:) 일부러 (그리고 사진 솜씨가 부족해서) 부분적인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만 찍었습니다.

전체가 조화된 모습은 직접 와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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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닥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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