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13.05.08 이상한 고백
  2. 2013.04.23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3. 2011.07.26 한 애플빠의 "좋은 제품"에 대한 생각.

이상한 고백

2013.05.08 10:00 from 그냥, 생각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인데

저는 정제닥이 되기 전에

(비뇨기과) 레지던트였답니다. 


비뇨기과 외래에는 이런 물건이 있어요. 

Uroflometer

소변의 속도와 양을 측정해주는 기계인데, 

변기랑 비슷하게 생긴 기계에 소변을 보면, 

화면에 소변이 그래프로 시각화되면서, 속도와 양이 표시되는 기계에요. 

전립선이나 방광, 요로에 문제가 있는 분들의 상태 평가나 치료 경과를 보기 위해 쓰이는 도구이죠.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이 검사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이상한 감각이 발달하게 됩니다. 




ㅋㅋㅋㅋ


화장실에서 소리만 들어도

대략의 소변량이 추정가능하지요. 

물론, 레지던트 그만둔지 몇 년 되어서, 기능이 좀 퇴화하긴 했어요. 



이 기능엔 부작용이 있는데,

자기전에 맥주를 한캔이라도 마시고 먹은만큼 소변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온다는 점. 





ㅋㅋ

말해놓고 보니

엄청 이상한 고백




by 정제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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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원을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죠.

4월의 화원은 무척 싱그럽고, 따뜻하고, 반짝이고, 화려해요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잎들과 알록달록 예쁜 꽃들을 보고있으면,
얘네들을 데려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곤해요.


예전엔 화원을 지나칠때마다,
맘에 드는 녀석들을 종종 데려오곤 했었어요.

하지만, 식물을 더이상 죽이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난 뒤 부터는 더 이상의 화분을 들여오는것이 무리가 되었죠.


과거엔
[화분의 총 갯수 = 현재있는 화분 + 새로 들어오는 화분 - 시들어서 오늘내일하는 화분]
이라는 '화분갯수 보존의 법칙'같은 공식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화분이 시들어버리는 일도 줄어든데다가, 가지치기를 통해 번식시키거나, 작년에 얻은 씨앗들이 새롭게 싹을 틔우면서 화분의 갯수는 점점 늘어났어요.

이런 상황에서 새 화분을 데리고 오면, 내가 감당해야 할 총량이 늘어나게 되고, 각각의 화분들에게는 예전보다 신경을 더 못써주게 되겠죠.


(제닥엔 화분들이 많아서 4월부터는 테라스가 점점 녹색으로 물들어요.)


화원을 지나치면서 제닥엔 없는 예쁜 꽃들을 데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오랫동안 함께 지낸 녀석들을 떠올립니다.

예쁘지만 진딧물이 잘생기는 장미, 향이 좋고 모기도 쫓아주는 로즈제라늄, 너무 쑥쑥 자라서 가지치기를 잘 해주어야하는 행복나무, 봄이와서 꽃을 더 많이 피우고 있는 꽃기린, 요즘 머리숱이 풍성해지고 있는 트리안, 햇빛을 못봐서 꽃을 못피우는 오렌지 자스민, 바깥에서 월동에 성공한 남천 등등


오늘도 
'새로운 녀석 탐내지 말고, 제닥에 있는 아이들 조금 더 사랑해줘야지.'
라고 생각하며 화원을 지나칩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혹은 일이든,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가지고 있어야
충분히 사랑해 줄 수 있는것 같습니다.




by 정제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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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은 이들이 아시다시피) 심각한 애플빠입니다.

제가 애플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로, 따지고 보면 초기 사용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얻게 되었고, 살면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 세 가지 중 하나를 꼽을 때 애플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들어갈 정도로 저에게 있어 애플이 가진 의미는 정말 큽니다.

>최근 애니모드라는 회사에서 아이패드 2의 스마트커버와 거의 비슷한 느낌적느낌의 제품을 출시했다가 엄청난 비웃음거리가 된 것<을 아시는 분이 계실겁니다. 

혹시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 >아이패드 2의 스마트커버와 비교<해 볼까요?

정말 재미있죠? 어처구니 없기도 하구요.

그러나 저는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었다가 여론이 안좋게 되자 제품 판매를 보류한 것이, 한국 상황에서는 무척 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다양한 애플의 복제 디자인의 제품, 심지어는 다양한 요소를 복제, 합쳐놓은 디자인 속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관계된 따라하기 이슈는 애플빠인 저같은 사람이겐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수 년 전부터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흥분하며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지만, 대체로 "그래?" 라거나 "헐, 정말 비슷하긴 하네", 또는 심지어 "그게 뭐가 베낀거냐"라는 반응까지 있었습니다.

애플만의 문제였을까요? 우리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삼성이나 애니모드 뿐 아니라 다양한 크고작은 기업들이 유명한 디자인의 제품을 복제했고, 심지어 광고, 음악, 미술, 패션, 출판, 교과서, 법률들도 해외의 사례들에서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이해 없이 복제되어 한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고, 저를 포함해 우리중 많은 사람들은 그 근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앞 뒤 맥락도 없이 뒤섞인 문화를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어린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경험해 왔습니다. 

아래 사례를 보시면, 벌써 꽤 된 일이지만 애플의 제품에서부터 소재나 외형을 다양하게 따라한 제품들이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고민이 많이 담긴 의미있는 디자인의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별할 기준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상당히 잃은 채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우리의 삶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맥의 디자인<과, 이를 >엉성하게 따라한 삼보컴퓨터의 루온<

위의 사례는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는 분은 많지 않으셨죠? 차라리 자신만의 올인원 PC를 디자인하는 것이 좋았을 것을, 저렇게 놓고 비교해 보면 정말 안쓰러워 보이는 디자인의 제품들을 우리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적당한 소비의 하나로 인식하고 구입하고 사용해 왔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아마 수십년 전의 전화기를 보면 우리가 볼 땐 별 차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때엔 분명 처음 고민해서 만들어 낸 제품과 이것을 별 고민 없이 베낀 수 많은 제품들이 있었을 겁니다. 어떤 디자인의 제품이 더 오래 두고 쓸 만한 제품일까..생각해 보셨나요? 

좋은 디자인이란, 좋은 제품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반대쪽에서의 질문을 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나쁜 디자인이란, 나쁜 제품이란 무엇일까요?

이 문제의 답은 좀 더 쉽습니다. 저는 철학이나 일관된 방향성이 없는 디자인, 큰 고민 없이 단지 쉽게 트렌드를 따라 만들어 팔고 끝나버리는 제품이 나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이나 제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중 하나는 그게 어떤 방향이든 일관되고 진지한 디자이너의 고민이 있고, 생각의 완결성이 있고, 제품의 일회적인 사용이 아니라 그 제품을 둘러싼 상황과 배경,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 미래까지도 고민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오래 된 물건들이나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 중에는 이런 의미있는 디자인이나 고민이 들어간 물건들, 또는 그 시절의 문화적 의미를 지닌 제품들과 그런 고민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팔기 위해 급히 만들었던 제품들이 섞여 있습니다.

유즈드프로젝트는 집에 있는 이런 물건들 중에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거나 그저 자리만 차지하게 된 아까운 물건들 중에서도 사용자에게 지금도 감동을 주거나 제 역할을 든든히 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제 자리를 찾아 주려는 시도로서 위탁 판매를 하는 곳입니다.

일본은 D&Department Project 의 성공적인 모습에서 단지 "쓰던 물건의 재사용"이 아닌 "좋은 물건의 재발견을 통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를 잘 하고 있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

제닥 생협의 조합원들에게는 이번에 복실복실코스모스마켓이라는 작은 장터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번 행사는 단지 집에 있는 중고품을 내놓고 아나바다운동같은 것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대한 작은 재 발견이랄까요, 유즈드프로젝트에 위탁할 만한 좋은 디자인의 물건을 찬찬히 찾아보고, 이것을 공유하고 다시 잘 사용되게 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그러나 우리를 조밀하게 둘러싸고 있던 디자인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운이 좋다면 제가 애플을 만난 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었듯이 여러분도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고, 소중한 것을 보다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기준을 얻을 수 있겠죠?

이상, 유즈드프로젝트의 미래와 복실복실코스코스마켓을 기대하는 한 애플빠의 장황한 글이었습니다.

-김제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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